현실의 무게
김승일
어제는 아내가 교주가 되면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. 그러면 부자가 돼서 함께 사는 고양이에게 뭐를 더 사주고, 자기도 회사를 때려치울 수 있을 거라고. 제 아내는 제게 뭘 해보라고 권유하는 일이 잘 없는 사람입니다. 농담으로도 뭘 해보라고 얘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. 그걸 하면 부자가 될 것 같다고.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떠들고. 간밤에 말한 것을 잊고, 아침에 출근하고 돌아와서 회사를 욕하고. 쉬어도 쉬어지지 않고. 뭘 먹으면 얹히고. 그러다 어제는 교주가 되면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. 저는 되기 싫다고 대답했습니다. 보통은 뭘 해 보라고 하면 생각해보겠다고 하는데. 사기꾼은 되기 싫어서 바로 싫다고 했습니다. 함께 사는 고양이가 건강하게 장수하면 좋겠습니다. 회사 떄문에 돌아버린 아내의 정신이 더 심각해져서, 고양이도 알아보지 못하고, 제가 가진 사랑스러움과 귀여움도 더는 포괄임금제 노동을 버티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, 헛것을 보게 되거나, 큰 병이 생겨 단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. 그리고 우리가 지금보다는 더 가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. 아내가 죽어가고 있는데 옆에 앉아서, 또르르 눈물을 떨구면서, 미안해, 내가, 교주를······ 할걸······. 제가 진심으로 후회하는 모습을 떠올리고 있습니다. 잘 떠오르지 않는군요. 정말 미안해······ 사기꾼이 될 수 없었어. 그게 딱 나를 위한 일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. 그런 말을 하지도 않을 거고. 한다고 해도 속으로 잠깐 할 것 같습니다. 교주는 되지 않을 것이고. 그리하여 나는 후회인지 농담인지 모를 미래의 어떤 순간을 상상하고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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